군 생활을 하면서 감사한 것 중에 하나가 동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기들은 특색이 다 다르다. 어떤 동기는 결정을 빨리하여 노는 것도 추진력있게 해나가는 친구, 누구를 괴롭힐지 입으로 고민하며 자신의 계획을 다 드러내는 친구, 진짜 군인정신이 투철한 친구, 주짓수와 씨름을 좋아하는 친구.
이들이 어떻게 모여서 놀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고, 밥을 차리고, 고기룰 굽고, 먹은 것을 깨끗이 치우며 즐거운 여행을 보내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전부 다 손인사를 했다. 손인사를 하면서 다음에 보기를 기약하였다.
여행을 돌이켜보며 생각이 든 것은, 사람은 경계심을 놓고 자기 스스로 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 자신의 모습이 들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 드러냄이 어우러질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사실 이러한 몇몇 순간을 위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여행을 포함해서 타인에게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여행은 시간과 돈이 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이 있을 때는 더욱이 쉽지 않을 것이다.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타인에게서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 모르는데, 나를 받아줄 수 있는지 매번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실험의 결과가 매끄럽다면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
자기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행에서 일보다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자기자신이 힘들다는 것, 누군가가 이해가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과정이 의식적이기보다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술은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는 듯하다. 자신의 무의식을 들어내주고, 그 무의식이 서로 섞이는 과정이 탈이 없을 때, 사람은 가까워진다. 스스럼없이 다른 이야기, 자신의 고민거리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전역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전역을 하지 않고, 군에 남는 인원들도 몇 있었다. 짧게는 서로가 가는 길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던지, 어디에 있던지, 나와 그들의 무의식을 받아주는 이들과 그 무의식이 어울리는 이들과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 쉽게 말하면 가치관이 비슷한 이들끼리 만나고 이야기하고 놀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에 조금은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이 섞이면 더 건설적인 만남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바쁘다기보다는 글을 쓰는 데에 시간을 두지 않았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금 시간을 정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훈련도 있고, 밤을 새는 당직근무도 있겠지만 오늘 하루에 대한 기록은 그 날 밖에 못한다. 그리고 내가 이전에 느꼈던 많은 허함중에 하나도 오늘의 생생한 기억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갈 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록은 또 블로그는 나의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해줄 도구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바라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을 알게 되는 거울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니 내심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중에 전역 이후 사업을 할 때도 나도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이 나와 더 같이 있고 싶게 만드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모습이, 나의 생각이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여행도 나를 알아가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무의식이 매력적이게 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에게 부담보다는 힘을, 침울함보다는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여행은 이러한 점을 느끼게 해줘서 감사하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대부도'를 추천한다. 2월 초에 다녀와서 약간 추웠지만, 여름이나 가을에 가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kkday.com/ko/blog/17596/asia-korea-daebudo-spots-4/
위에 링크는 대부도를 여행가기 좋도록 편집해둔 글이다.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바르바커피 타워 360이라고 카페가 한 곳있다.
타워에 올라갈 수 있으며, 그곳에 앉으면 1시간에 1바퀴도는 구조의 바닥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도의 전경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다음은 해당 카페에서 찍은 타임랩스다. 가만히 탁자 위에 올려두면 저런 풍경이 지나간다. 가을도 좋은 것같다고 한 이유가 대부도의 밭에 곡물이 올라온 모습을 보면 더 이쁠 것 같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알 수 있는 여행을 더 자주 경험하고 싶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격언을 들은 적 있다. 세 사람이 이상 가서, 마음도 맞추고,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배우는 여행을 더욱 가보고 싶다.
세상은 살만하고, 하루를 돌아보면 행복한 일들 한가지 이상은 있다. 이를 잘 간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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