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은 사회생활의 일부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다.
윗사람들, 계급 상 아랫사람인데 나이 많으신 분들, 계급 상 아랫사람이면서 나이도 어린 사람들.
이들과 같이 국민과 나라를 지킨다는 정신 아래, 한 울타리 안에서 훈련과 작업을 해나간다. 작업은 훈련을 위한 작업이요, 훈련은 극적인 하룻밤을 위한 훈련이다.
어찌됐든,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말'이 오간다. 계급과 나이, 또 서로 간의 감정이 깊어지면서 다양한 사람과 관계맺고 대화를 해나간다.
당연한 소리를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오늘 대화를 하다가 나의 감정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한 부사관이 있다. 그는 열정적이다. 자신의 일 추진을 잘하고, 표현도 잘한다. 하지만 표현이 다른 이들을 기분좋게 하는 표현이면 좋겠지만 잘 들어보면 매번 부정적이고, 지적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늘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신경이 거슬렸다. 잘 지내야지, 잘 지내야지하면서도 매번 공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경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성경에서 읽었는지, 어떤 좋은 글에서 읽었는지 오늘 작업 중에 위험해보이는 행동이 있어서
"이 작업은 상자 옮기고 하세요,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라고 이야기했다. 나름 내 스스로는 그를 위해준다고 하였던 말이다.
내가 말을 그렇게 했을 때, 그 분의 기분은 나는 모르지만, 나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내 마음의 미움이 사라지고, 그런 사람도 용서했다는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 또 그 사람을 실제로 용서하고 다시 위해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생각할 때, 용서의 마음이 먼저냐, 행동이 먼저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행동이 먼저라고 답변할 수 있다. 내가 의지적으로 위해주는 이야기를 할 때, 내 마음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이 다 맞쳐갈 때쯤 그와 웃으며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업무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공동의 목표가 있고, 개인이 적정시간 안에 끝내지 못할 과업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며 끝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나갔을 때의 일은 어떠한 형태일지 모르겠으나, 군에 있으면서는 위의 정의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는 위와 같이 하지만, 그 업무의 과정 안에서, 과정 속의 오늘이라는 시간 안에서, 또 그 시간 속의 한 번의 대화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더뎌보여도 그 한 번의 대화가 방향을 맞춰주고, 한 번의 격려가 기운을 북돋아주고, 한 번의 인정이 큰 힘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잠깐 생각한다. 인간이 얼마나 대화를 좋아하는지. 그것이 업무 상의 대화이든, 삶에서의 대화이든, 자기 자신이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람은 자신을 깊이 이해해주는 이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과 대화하지만 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몇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오늘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내가 한 번 온전히 이해해주어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온전히 이해해주기 위해서 에너지를 써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한 번의 온전한 이해가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내 자신도 온전히 인정함에 시작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블로그 글이라는 인식을 날카롭게 인지하며 글을 쓰지는 않지만, 블로그 글이라는 자각을 할 때쯤에는 두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내 머릿속에 연상되는 또 다른 생각들, 또 다른 하나는 그에 따른 두서없는 글 구성.
매번 한 번의 하나씩만 하자를 마음에 새기고자 하는데도, 글 쓸 때 내 생각조차 그렇게 되지 않아 아직 갈길이 멀구나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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