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군 숙소에는 입구쪽에 컨테이너가 하나 있다. 쿠팡맨들을 비롯한 택배 아저씨들은 그 곳에 호수가 적혀져 있는 선반 위에 택배 물품들을 놓으신다.
엇그제 동기와 같이 밖에 나가는 길에 택배함을 들려보니 내가 생각지도 못한 택배 한 상자가 와있었다. 나중에 방으로 돌아와 열어보니 과자들이 많고, 편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들이었다.
그렇게 있다가 당직근무 간에 과자 좀 먹을까 하고, 택배를 뒤져보니 그 안에 책이 한 권 놓여져 있었다.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유진 피터슨 지음|이종태 옮김
과자 먹으려던 손이 이 책을 향하게 되었고, 무심코 가방에 집어던지면서 근무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신앙서적에 대해서는 나는 잘 읽지 않았다. 이유는 생각해본적 없지만 성경보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믿음을 강조하고 강요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인가 달랐다.
자기경험에 대한 자만함이 없었고, 말씀도, 세상도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던 사고를 드러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걔중에서 ’일‘에 대한 고찰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음은 일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다.
일이란, 일을 통해 자신의 주권을 표현하시는 주권자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그 하나님을 나타내는 활동이다. 주권자는 혼돈에서 질서를 이루어 내며, 사물과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부정과 불행과 비참함에서 희생자들을 구해내며, 정죄받고 저주받은 이들에게 용서를 베풀며, 병든 자들을 치유하며, 그 임재를 통해 대지와 사람들에게 존엄성과 영예를 부여하는 일 등을 한다.
위의 내용 중 나는 어떤 것에 해당하는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부끄러워졌다. 내가 생각하는 일이란 나에게 재미를 주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게 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서 내가 진정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마음 속에 왕이 되고자 하는 소원이 있다고 하지만, 실상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볼 때는 노예와 다름없는 일 관점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의 일을 저런 관점으로 보기를 소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이 고통스럽기만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을 넘어 진정 행복하고 보람찬 일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는 성경의 구절에서 하나님은 세상을 처음 창조하시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 인간에게 그것들을 다스리는 사명을 주셨다. 그리고 그것이 왕의 일임을 우리는 안다. 우리는 우리의 왕이 잘 다스려주길 바란다. 우리의 왕이 우리에게 재미있는 활동을 주었으면 하고, 우리에게 돈을 많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 내가 아는 성경은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 그 이상임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일임과 동시에 스스로 하나님과 가까워질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질서를 세우시고, 용서하시고, 치유하시며, 정죄함으로부터 구원하시는 일을 하셨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은 창조의 일과 내 생각에 질서를 세우는 일, 그리고 이전에 과오를 알아차리고 용서할 틈을 내어주는 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그들이 받는 고통의 원인을 어렴풋이 속삭일 수 있는 일임에 책임감을 갖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전역이 그리 오래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게 이러한 일을 더욱 발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단순한 재미와 돈벌이수단에서 벗어나 내 자신이 일로써 하나님의 모습과 가까워지도록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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