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분주한 느낌을 느낀 건 오랜만이다. 마치 스마트폰을 보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 같다. 약간의 흥분 상태로 책을 읽으며 최대한 빨리 정보를 흡수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게 한다.
그러다 책의 한 구절을 읽고 멈칫했다.
“우리에게는 여백이 필요하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김난도 교수와 그의 팀들이 집필한 ‘트렌드코리아 2024’이다. 읽으면서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감정들을 또 내 주변인들의 감정들을 적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오늘날 빠르게 사회가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불특정 다수에게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잠깐 육각형인간이라는 워딩이 나왔는데 이는 성격 외모 학벌 경제력 집안 직업 등 뭐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 워딩이 내 마음에 있는 불안감을 명명해준 것같은 느낌이 들어 감사한 마음도 든다.
운동을 하고, 영어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일도 하고, 노래를 하고, 관계를 맺고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하는 것에서 뒤쳐지기 싫은 마음이 있다. 그런 나의 상황을 알게 되니 괜찮다라는 한마디를 내 자신에게 보내게 된다.
오늘 잘 살았고, 하루를 돌아볼 여유를 가졌다면 충분히 부유한 것이라고 충분히 여유로운 것이라고 다독여주게 된다. 그런 면에서 글을 쓰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다른 이들의 화려한 삶, 다른 이들의 수고와 노고가 들어간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는 데에 익숙해진 나에게 정신을 깨도록 도와주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소비를 하고 생산을 하고 우리는 열심히 살아간다. 이 책 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을 읽으면 우리는 소속되어 싶어한다. 사랑받기 원한다. 사랑하길 원한다. 누군가는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다 알고 다독여주길 원한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지혜만 있어도 안되고 용기만 있어도 위험하다. 우리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살아갈 지혜와 용기, 사랑할 지혜와 용기.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일지는 매일매일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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