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공허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내가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거지?’
오늘이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하는 건 큼직하게 있고, 계속 무언갈 하고 있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이 안 되었다.
이런 생각이 마음을 적시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인생이 공허해진다.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 일은 하고 있는데 돈 버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나는 그런 생각에 잠겨 괴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 되지 하고 다시금 내가 맡은 임무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전문가가 된 것처럼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밖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계획들도, 직장에서의 일들도, 가정에서의 모습도, 홀로 있을 때도 말이다.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조금은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게 어쩌면 내 자신과 만나는 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글을 썼으면 좋았으련만 지금은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조우하는 것이 조금은 겁난다면, 내 눈 앞에 있는 것에 몰두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오늘 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맡은 일, 내 앞에 있는 사람, 아니면 책이나 풍경 조차도 집중해보는 것이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봐보는 것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처음 와서 지구를 관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신기하게 공허함이 물러나고, 약간 재미있어 지기도 한다.
임무가 끝나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선배인 중대장님께 오늘 하루가 공허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자신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셨다. 둘다 전역을 바라보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공감해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누군가와 내 마음을 나누고 싶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도 나의 하루를, 나의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적어본다.
근래 쓰는 글쓰기는 내 마음을 조금은 후련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 진작에 솔직한 글을 써볼 걸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든다.
오늘 공허함을 느낀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이 글이
“맞아, 오늘은 나도 좀 그렇더라”
라고 공감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면 나는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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